올해 3월에 연세대 중앙 사진동아리 연영회에 가입했다. 연영회에서는 선배 주도로 10년에 한번씩 신촌 일대를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올해가 10년만에 찾아오는 기록의 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올해 이 동아리에 들어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행운 아닐까. 92년부터 진행돼온 역사 깊은 작업을 앞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10년만에 신촌을 기록하는 것이라면 10년만에 달라진 것들, 앞으로 10년 뒤면 달라질 것들을 기록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가색이 드러나는 주관적 사진을 찍을 것인지 객관적 사진을 찍을 것인지도 고민했다. 당일까지 계속 고민하다 도달한 결론은, 어이없지만, '막 찍자' 였다. 백명에 가까운 참여 인원이 있는데 내가 찍을 피사체들은 다른 사람들도 보게 되겠거니, 내가 주관적으로 찍더라도 누군가는 객관적 시야에서 찍겠거니 생각했다. 부끄럽지만 몇 장의 사진을 미리 올린다.
아, 사진은 세란사진반에서 받은 Agfa APX 400과 올해에 새로 산 니콘 F3로 찍었다. 현상은 직접 세란사진반 동방에서 했다.
블로그를 오래 안 들어왔던 것 같다. 글은 사진과 비슷한데, 빨리 흘러가기만 하는 시간을 잠시나마 멈춰준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예전에 써뒀던 글에서 그것이 머금고 있는 시간을 회상한다. 글과 글 사이의 기억은 흐릿하고 정신없지만 글에 담긴 기억만은 선명하다. 지금을 위해, 그리고 지금을 혹시라도 잊어버릴 미래를 위해 더 자주 기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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